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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속 노화와 치주 질환

2025-05-23

라이프가이드 라이프


의사가 알려주는 건강 이야기 (성인/노인)
저속 노화와 치주 질환
'만성염증'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모든 사람이 원하는 바입니다. 고령화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노화를 늦추는 방법에 특히 관심이 많아졌는데요. 최근 연구들은 노화를 일으키는 원인 중 만성염증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만성염증은 ‘조용한 살인자’
   우리 몸에는 염증이 들어오면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서 면역 시스템이 작동합니다. 그런데 금방 생겼다 사라지는 급성염증과 달리 만성적으로 계속되는 염증은 면역세포에 무리를 주게 되고, 결국 신체 기능이 저하되거나 제 역할을 못 하게 됩니다.
   이런 만성 염증이 지속되게 되면, 노화를 가속시키고 각종 질병이 생기게 되는데요. 치주 질환은 70%의 사람들이 앓고 있는 대표적인 만성질환입니다. 지난해 치주 질환으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1600만 명으로 외래 다빈도 상병 통계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치주 질환은 입안의 세균 때문에 발생하는 감염증으로, 세균이 증식하면서 잇몸에 염증이 생기며 시작됩니다. 관리가 잘 되면 초기에 염증이 가라앉을 수도 있지만, 잇몸 염증이 지속되면 만성화가 되고, 그 상태를 방치하면 치아를 지탱하는 뼈까지 염증이 퍼집니다. 결과적으로 뼈가 녹고 치아가 흔들리거나 치아를 뽑아야 할 수도 있습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라는 겁니다.





   최근엔 치주염과 전신질환의 연관성에 대한 연구가 계속 나오고 있는데요. 잇몸에서 시작해 치조골까지 녹인 세균은 혈관을 타고 온몸으로 퍼져서 여러 가지 질병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당뇨병입니다. 염증으로 인해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은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인슐린의 기능을 약화시킵니다. 따라서 만성 염증이 있으면 혈당이 쉽게 올라가게 되는 것이죠. 실제로 당뇨병 환자가 치주 질환을 치료하면 혈당조절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습니다.
   또 치매도 치주 질환과 관련 있는 질병입니다. 알츠하이머병은 뇌에 아밀로이드 베타라는 단백질이 축적되면서 발생하는 뇌 질환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치주 질환이 증가하면 사이토카인이 뇌에도 영향을 미쳐 아밀로이드 베타가 증가한다고 합니다. 일본 규슈대학 실험에 따르면, 사람의 40~60대에 해당하는 쥐에게 3주간 치주 질환 세균을 투여했더니, 뇌 속 아밀로이드 베타가 10배로 늘어나 기억력이 떨어졌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치주염 세균은 혈관으로 가서 동맥경화를 심화시키거나 심장으로 가서 심내막염 등을 유발한다는 것이 다양한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습니다.
저속 노화의 시작은 꼭꼭 씹기부터
   요즘 ‘저속 노화’라는 표현이 화제인데요. ‘저속 노화’란 신체 노화 속도를 보다 천천히 늦추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우리가 노화 자체는 막을 수 없지만, 건강한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리를 통해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개념입니다. 최근 유행하는 간헐적 단식법이나, 저속 노화식단 등도 다 이를 위한 방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음식을 먹든지 음식이 소화기관으로 들어가려면 입안에서 먼저 씹어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이 ‘씹는 행위’가 노화를 유발하는 만성 염증을 예방하거나 개선하는데 효과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실까요?





   우리 입안에는 신비로운 액체, ‘침’이 흐르고 있는데, 이침은 음식을 소화시키는 아밀라아제뿐 아니라, 항산화 작용을 하는 글루타치온 퍼옥시다제라는 효소도 함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침에는 항바이러스와 항균 작용을 하는 물질도 들어 있어서 침이 충분하게 분비되면 염증을 일으키는 세균에 잘 감염되지 않습니다. 나이가 들거나 항암치료, 약물 등의 원인으로 침 분비가 줄어 입안에 각종 감염이나 염증이 증가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침샘이 완전히 손상되지 않았다면 침은 자극으로 분비량을 늘릴 수 있습니다. 음식을 꼭꼭 씹어 먹는 것은 소화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침 분비량을 늘릴 수 있는 중요한 방법 중 하나입니다. 매번 식사할 때마다 몇 번 씹고 음식을 넘기는지 한 번 세어보시길 바랍니다. 건강한 습관을 위해서는 ‘한 입에 30번 씹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10번도 쉽지 않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최소한 열 번 이상 꼭꼭 침샘이 자극되는 것을 느끼면서 식사하는 것이 바로 나의 몸을 지키고 노화를 느리게 하는 것의 시작입니다.
   자일리톨 껌이나 견과류 등을 씹어 자꾸 자극을 해주는 것도 좋고, 얼굴에 있는 큰 타액선 귀밑 샘, 턱밑샘, 혀밑샘 부위를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 마사지를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래도 양치질
   입에는 하루도 쉬지 않고 음식물이 들어옵니다. 염증은 음식물이 남아 생긴 치태(플라크)가 세균과 만나 시작됩니다. 노화를 막으려면, 만성 염증을 예방하려면 무엇보다도 ‘올바른 양치질’을 통해 입안에 찌꺼기를 남기지 않는 것이 제일 중요하겠죠. 적절한 크기와 강도의 칫솔로 모든 면을 문질러서 닦고, 칫솔이 미치지 못하는 치아 사이는 치간 칫솔과 치실을 이용해 제거해 주며, 정기적으로 치과에 방문해서 스케일링 등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점에 갔더니 건강코너에 정말 많은 분들이 모여계시더라고요. 확실히 건강하게 잘 나이 드는 방법에 대해 관심이 많은 것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항상 진리는 단순한 것에 있습니다. 건강은 잘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잘 먹는 것의 시작은 입안입니다. 좋은 음식을 꼭꼭 씹어서 먹고, 남은 찌꺼기를 올바른 칫솔질로 잘 제거하는 것이 바로 저속 노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